설악산 자락 속, 속초를 대표하는 불교 유적지인 신흥사와 그 상단에 위치한 계조암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깊은 역사와 수행의 의미를 담은 공간입니다. 이 글에서는 설악산 사찰 중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신흥사와 계조암의 설립 배경과 불교문화적 가치, 그리고 두 사찰이 지닌 상징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신흥사, 설악산을 대표하는 중심 사찰
신흥사는 강원도 속초시 설악산 자락에 위치한 유서 깊은 사찰로, 대한민국 불교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사찰입니다. 고려 말부터 전해 내려오는 사찰로서,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로 기능하고 있으며, 불교의 정신적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신흥사의 창건은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 자장율사가 설악산의 명당에 흥녕사를 창건한 데서 비롯됩니다.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러 흥녕사는 여러 차례의 화재와 병화로 소실되었다가, 1644년 승려 혜원 스님에 의해 지금의 위치에 신흥사라는 이름으로 중창되었습니다. 즉, 신흥사는 흥녕사의 역사적 계보를 잇는 사찰인 셈입니다. 신흥사는 자연 속에 안긴 고요한 분위기와 더불어, 법당, 삼층석탑, 대적광전 등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건축물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많은 수행자들이 머물며 정진하던 공간입니다. 특히 많은 방문객이 찾는 이유는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고, 동시에 불교문화와 자연이 함께하는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신흥사는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산사음악회, 불교문화 행사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많은 이들에게 영적인 쉼터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흥사는 설악산뿐 아니라 한국 불교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꼭 들러야 할 중요한 장소입니다.
계조암, 설악산 수행의 정점
신흥사에서 출발해 계조암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1시간 남짓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합니다. 이 길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수행의 길을 상징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계조암은 신흥사의 산내암자로, 설악산 깊은 산중 벼랑 위에 지어진 암자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자랑합니다. 절벽 아래로는 깊은 계곡이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설악산의 웅장한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계조암의 이름은 ‘계(戒)를 조(祖)로 삼는다’는 뜻으로, 불교 수행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계율을 중심 가치로 삼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곳은 많은 고승들이 엄격한 계율과 정진을 실천했던 장소로, 조용하고 단정한 수행처의 전형으로 손꼽힙니다. 계조암은 단청이 화려한 대웅전이나 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출한 암자와 수행자의 생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찰 그 자체보다 그곳에서의 고요한 수행 분위기와 자연과의 일체감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이 암자에 도착하면, 마치 세속에서 멀어진 또 하나의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계조암에 얽힌 대표적인 일화로는, 많은 고승들이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설화와 함께, 문수보살이 머물렀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암자 앞 절벽에는 ‘문수동자상’이 새겨져 있으며, 이는 이곳이 단순한 수행처가 아닌 신성한 깨달음의 장소임을 시사합니다. 계조암은 관광 목적보다, 정적이고 깊이 있는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더 적합한 곳입니다. 짧은 산행 후 암자에서의 고요한 시간은,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고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불교문화 속 신흥사와 계조암의 역할
신흥사와 계조암은 한국 불교문화에서 ‘세속과 초월’이라는 양면적 의미를 동시에 상징합니다. 신흥사는 다수의 대중이 함께 모여 예불과 수행을 실천하는 중심 도량이라면, 계조암은 혼자서 묵묵히 정진하는 고독한 수행처입니다. 이러한 구분은 한국 불교의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두 공간 모두 조화롭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또한, 신흥사와 계조암은 각각 ‘전통의 보존’과 ‘영적 실천’이라는 두 축을 담당하며 오늘날에도 불교문화의 정체성과 계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불자들이 신흥사에서 대중 수행과 불교문화 행사를 통해 신앙심을 다지고, 계조암에서는 홀로 자연과 마주하며 수행의 깊이를 더하는 것입니다. 신흥사에서는 불교의식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재도 보존하고 있으며, 계조암은 비공식적인 성지 순례 코스로도 알려져 있어 불교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이 두 사찰을 통해 한국 불교문화는 현재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관광객과 수행자 모두에게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신흥사와 계조암은 단순한 사찰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각각의 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와 철학,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는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신흥사와 계조암은 설악산이라는 천혜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한국 불교문화의 보고입니다. 중심 사찰로서의 신흥사와 고요한 수행처인 계조암은 각각 독립적인 매력을 지니면서도, 함께 볼 때 더 깊은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불교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번 여행에서 신흥사와 계조암을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