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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 제작 과정과 재료 해설 (나무선택, 조각법, 건조)

by 대운25 2025. 7. 9.

목어는 불교 사찰에서 시간을 알리는 신호 도구이자, 깨달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조형물입니다. 단순한 나무 조각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제작 과정에는 숙련된 기술과 장인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목어에 적합한 나무의 종류, 실제 조각 과정, 그리고 완성 이후의 건조와 마감 처리까지 전통 목어 제작의 핵심을 단계별로 소개하겠습니다.

나무 선택의 중요성과 종류

목어 제작의 첫 단계는 ‘적절한 나무’를 고르는 일입니다. 이 과정은 전체 품질과 음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신중하게 이뤄집니다. 일반적으로 목어 제작에 적합한 나무는 ‘단단하면서도 울림이 좋은’ 수종이어야 하며, 오랜 시간 건조 후에도 갈라지지 않는 특성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수종은 잣나무, 박달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입니다. - 잣나무는 가볍고 가공이 쉬우면서도 적절한 공명을 내기 때문에 중소형 목어에 자주 사용됩니다. - 박달나무는 극히 단단하고 촘촘한 조직을 가지고 있어, 장기간 사용해도 마모가 적고 소리의 울림이 깊습니다. - 느티나무는 전통 가구나 건축에서도 널리 쓰이는 내구성 좋은 목재로, 목어의 외형을 조각하기에 적합합니다. - 회화나무는 곧게 자라며 결이 곱고 단단하여 정교한 조각에 유리합니다. 목어는 실내 또는 실외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습기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있는 나무를 선택해야 합니다. 나무는 보통 벌목 후 최소 1년 이상 자연 건조된 것을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나무 내부의 수분이 고르게 빠지도록 관리됩니다. 나무의 수분 함량이 높으면 조각 중 변형이 생기거나, 완성 후 금이 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조각법과 제작 단계

목어의 조각은 기계 작업이 아닌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됩니다. 전통 방식에 따라 장인은 먼저 나무를 적당한 크기로 절단하고, 그 안에 물고기 형태를 스케치합니다. 이후 외형을 대강 다듬은 후, 내부를 파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 ‘속 파내기’ 작업이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로, 목어 소리의 울림과 깊이를 결정짓습니다. 내부를 파내는 데는 끌, 망치, 조각칼, 구멍송곳 등의 다양한 전통 공구가 사용됩니다. 내부는 너무 얇아도, 너무 두꺼워도 안 되며, 소리를 고르게 울리도록 좌우 균형이 중요합니다. 숙련된 장인은 소리의 깊이를 확인하면서 반복적으로 내부 벽을 조금씩 조정합니다. 외형 조각은 용머리와 물고기 몸통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입에서 꼬리까지 흐르는 물결 무늬나 비늘 등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각 사찰의 전통, 지역적 특성에 따라 목어의 모양과 장식이 달라지는데, 어떤 곳은 용두를 강조하고, 어떤 곳은 단순한 민물고기 형태를 취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목어 외부에는 구멍을 두 개 뚫어 ‘채’로 두드릴 수 있게 만들며, 두드리는 위치는 반드시 내부 울림이 잘 전달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해야 최적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은 장인의 감각과 경험이 중요한 단계이며, 이 소리 점검 작업을 위해 시제품을 수차례 제작하기도 합니다.

건조, 마감 처리와 보존 방법

목어가 조각되고 나면, 최종 마감과 건조 단계가 이어집니다. 이 과정은 목어의 수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조각 후 최소 수일간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자연 건조를 시킵니다. 급격한 햇빛이나 고온 건조는 나무를 갈라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건조가 완료되면 마감처리에 들어갑니다. 전통 방식에서는 옻칠을 하거나 천연 오일을 바르기도 하며, 현대에는 목재 보존용 왁스나 친환경 마감재도 사용됩니다. 이는 외부 습기나 곰팡이, 해충으로부터 목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마감 과정에서는 붓이나 천을 사용해 골고루 칠하며, 마감재가 나무 결 속 깊이 스며들도록 충분히 건조시킵니다. 또한, 외형 장식으로 채색을 하거나 금박, 문양을 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사찰에서는 채색보다는 나무 본연의 질감을 유지하는 ‘생목어’를 선호하기도 하며, 이는 수행의 소박함과 무욕의 철학을 반영한 것입니다. 보존 측면에서는 목어를 습한 환경에 두지 않고,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기적으로 먼지를 털고, 목재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천연 오일을 발라주는 등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수백 년 된 목어가 현재까지도 사찰에서 사용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철저한 보존 관리 덕분입니다.

목어는 단순한 나무 조각이 아닌, 수십 년의 경험이 집약된 전통 조각 예술의 결정체입니다. 나무의 선택부터 조각, 건조, 마감까지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제작되는 이 전통 공예품은 불교문화의 정수이자 한국 목공예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찰 방문 시 목어의 형태와 소리를 유심히 살펴보며, 그 제작 과정에 담긴 장인의 정성과 철학을 되새겨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